김동욱후배의 글을 읽고 장문의 글을 썼는데 그만 다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조금 간략하게 다시 적겠습니다.

혹시 발생할 지도 모르는 오해를 막기 위해, 우리는 대립된 관계도 아니며 상반된 이해관계에 있지도 않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김후배께서 "재시험을 보는 이유가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렇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의 소식만 돌고 있을 뿐, 아직까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정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라고 한 부분이 논지라고 보입니다. 맞지요?

재시험에 대한 사유 공지와 학생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추측이 동욱후배를 포함한 4명의 후배들이 밝히고자 하는 내용이었네요.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모모 교수나 모모 조교의 실수로 인하여 시험 문제가 유출된 바, 재시험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으로 공지를 한다고 한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고 싶네요. 만약 재시험을 야기시킨 주체가 교수나 조교가 아닌 학생 구성원 중에 있다면 사유를 공개하고 해명하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졸업동기들 사이에서 또는 재학생 후배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겠지요.  

몇 가지 자문을 해봅니다.

혹시 재시험이 아닌 다른 방법이라면 어떤게 있을지요. 부정행위를 한 학생을 졸업사정에서 제외라도 시켜야 할지요.

교수/조교/학생 중 어떤 구성원에 의해 재시험이 결정되었는지 공개하는 것이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런지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러분들이 밝히고자 하는 것은 의혹이 아니라 호기심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의혹은 '이번 시험에 문제 유출이 의심된다, 문제의 유출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라'... 이런게 의혹이 아닐까요?

재시험의 사유를 밝혀 주시오하는 것은 호기심이 아닐런지요.   

"재시험에 대한 사유를 학생들도 알아야하겠다". "재시험의 사유를 은폐하는 것은 학생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며, 소통을 거부하는 현정권과 다를바 없다" "이런 저런 불편을 감수해야 할 학생들에게 왜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가"   

그런데요, 여러분들의 호기심의 밝히기 위해서는 교수님께서 문제 유출의 당사자를 알고 있는 경우 그를 공개해야 할 것이고요. 그저 문제의 유출이 우려되었다면 왜 문제가 유출되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구구절절이 밝혀야 겠지요. 

첫 번째 경우라면, 한 사람 마녀를 만들어야 할것이고, 두 번째 경우라면 그야말로 의혹만 증폭되겠지요.

두 가지 모두 바람직한 결과는 나오지 않겠군요. 물론 학생들의 호기심은 해소가 될 가능성이 50%는 됩니다.

어떤 문제든 정답은 없습니다. 최선의 방법... 말 그대로 최선의 방법일 뿐이지 절대선은 아니니까요.

여러 가지 방법 중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지요.

탈무드를 읽으셨겠지요? 유대인들이 자녀들에게 반드시 읽힌다는 책이죠. 탈무드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지혜를 가르치지요.

시험에서 근사한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지식에 달려 있지요. 그러나 이런 문제를 만나 무난하고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것은 여러분들의 지혜에 달려 있지요.

어떤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까요.

최소한 교수님께서 재시험의 사유를 공개하는 것은 지혜로운 방법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라도 재시험 공개를 요구한 후배님들을 지혜롭지 못한 사람으로 폄하했다는 오해는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듯, 후배 여러분들이 그 시기에 좀 더 사려깊지 못했던 저 보다 지혜롭기를 바란다는 사족입니다.